넷플릭스에 올해 봄쯤 등록 되었던 중국의 블록버스터SF 유랑지구(流浪地球) 는 동명의 SF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어 역대 중국 흥행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그 기세를 몰아 마찬가지로 소설 원작의 SF블록버스터 영화로 개봉한 상해보루는 3억 6천만 위안(대략 600억원) 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서기와 엑소에서 탈퇴한 멤버 루한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입니다.
스토리
유랑지구에서 지구를 태양계밖으로 날려서 인류 멸종을 막아냈다면 이번 상해보루는 2042년을 배경으로 마치 월드 인베이젼과 인디펜던스 데이 처럼 지구를 노리고 침략해온 외계 군대를 요격해 인류를 지킵니다.
인류가 우주에서 가져온 솅텐 이라는 무한한 새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변혁의 기반을 닦고 있던 중 이 솅텐을 노리고 정체를 알수 없는 엄청난 과학력의 외계인이 쳐들어와 전세계 대도시들을 초토화 시켜버린 것이죠.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보루이자 솅텐이 지하 전역에 걸쳐 증식 중인 최종 방어 도시.. 바로 상해 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컨셉과 매우 유사하죠.
이 과정에서 그들의 클리셰 마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처발린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로서 상해가 등장하여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가진 중국이 사명감과 투지로 똘똘 뭉친 주인공들의 활약과 희생으로 외계 침략자를 물리치고 인류는 재건의 기회를 얻는다.... 라는 진부한 설정을 말이죠.
다만, 헐리우드 영화는 실제로도 세계 최고 천조국의 위엄과 어릴적 부터 봐온(세뇌된) 미국 히어로의 설정, 거기에 뛰어난 영화 기법 들 덕에 거부감이 덜한 대신 상해보루는 우리가 아는 중국의 모습에 허술한 스토리와 CG 화면 등으로 실소를 자아냅니다.
이 영화의 CG는 한국 VFX업체인 디지털아이디어에서 담당했다는데 초반 전투씬과 후반 총력전 부분에 제작비를 다 갈아넣은 듯 상당한 수준의 CG를 보여준 것에 비해 중반 전투씬들의 CG가 너무 조악해 아쉬움이 큽니다.
게다가 남여 주인공인 서기와 루한..
배역에서도 지휘관과 파일럿의 연상연하 관계이지만 실제 나이차도 워낙 크다보니 엄마 아들 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 당최 루한의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영화 특성상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줄 만한 장르가 아니긴 하지만 영화 내내 가식적이고 건조한 느낌의 감정 연기에 비해 뽀샤시하고 이쁜 비주얼은 포기할 수 없었는지 한참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완벽한 파운데이션과 립글로우의 화사한 때깔은 눈을 불편하게 합니다.
회색독수리 편대의 무인 드론 전투기 디자인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막판에 비밀병기 처럼 등장하여 주인공이 탑승해 싸운 전투기는 뭔가 어린이 만화에 등장할 법한 UFO 비스무리한 유치한 디자인에 강력한 빔 공격 한방 외엔 딱히 대단한 성능을 보여주지도 못합니다.
뭐 이 외에도 흠잡을 곳들은 여럿 있지만 그래도 이런 펑펑 터지는 블록버스터 영화 특성 상 킬링타임 용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싸워대니 연기력이나 설정 구멍등도 신경쓰지 않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여주인공은 분명 서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루한(장량) 의 친구인 루이이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쑨자링이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다소 뜬금없는 행동을 보여주긴 하지만 훤칠한 키와 매력있는 마스크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이 영화는 중국 SF 블록버스터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유랑지구의 붐을 이어 많은 기대를 받고 개봉했지만 슬프게도 그 문을 닫아버렸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면 왜 그런 평을 받는지 확실히 느낄 수도 있죠.
손익 분기점이라는 10억 위안 (1600억원) 은 고사하고 제작비 조차 회수하지 못한 영화이지만 그래도 헐리웃 영화에서나 보던 소재를 아시아 배경으로 볼 수 있다는 점과 나름 볼만한 VFX 들이 영화 내내 펑펑 터져 주는 덕에 TV 시청 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라는게 제 소감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