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크 판타지의 시초이자 89년 부터 무려 30년 째 연재 중인 암울 끝판왕 만화 베르세르크.
그 베르세르크 의 방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최고의 완성도와 압도적인 절망감을 안겨주었던 황금시대 편 은 3부작으로 극장판 상영이 되었었는데요.
그 이후의 이야기인 단죄 편과 천년제국의 매 편이 각각 2016년과 2017년 총 24화로 이루어진 TV 애니메이션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방영 되었었습니다.
극장판과 마찬가지로 2D와 3D 를 모두 사용한 애니메이션이죠.
이 두 시즌의 TV애니메이션이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왔습니다.
한때 최고의 맹우이자 모든 것을 맡겼던 맹우 그리피스에 대한 복수 하나로 끝없는 고통과 절망 속에 헤엄치는 가츠의 처절한 모습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원작 만화가 30년 동안 연재되고 있는 이유가 작가인 미우라 켄타로가 자기 작품을 감당 못하고 압사당했다는 말이 나올만큼 한컷 한컷에 혼을 불살라가면서 초 고퀄리티의 작화를 그려내느라 일년에 반은 휴재를 했기 때문이죠. (연관 검색어에 베르세르크 작가 사망 이 뜰정도로..)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한컷한컷 펜화로 일일이 그리며 심지어 톤 조차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무늬와 음영 까지 세밀하게 직접 그려내었죠. (최근들어서야 컴퓨터 작업을 시작했다고...)
마지막 이미지의 브리타니아를 침공하는 쿠샨 10만대군 돌격 편은 한 화 그리는데 1년 이상이 걸렸을 정도로 한 사람의 인생이 갈려 들어간 만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년 이상을 하루 15시간 만화만 그렸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세손가락에 꼽는 만화중에 하나 입니다만... 작가가 살아 생전에 완결을 내줄 수 있을지 걱정 될 정도입니다.
극장판인 황금시대 3부작은 원작 이상으로 잔혹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너무나 완벽하게 보여줬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3부작 최종화인 강림 편의 고어함과 성적 묘사, 미칠듯한 허무함은 세 편 중에서도 최고의 수위를 자랑하죠.
만화책과 마찬가지로 극장판도 1편, 2편, 3편으로 갈수록 내용의 클라이막스와 더불어 퀄리티가 비약적으로 향상되는데요.
이 극장판 시리즈는 그야말로 3편을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근데 TV판은 아무래도 극장판에 비해 퀄리티나 표현의 수위 등이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극장판에 해당하는 황금시대 편 자체가 베르세르크 전체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딥다크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그 이후 부터는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 내용인지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TV 애니메이션 시즌 2인 천년제국의 매 편은 원작에서도 가츠의 처절한 싸움을 그리는 것에 지쳤는지 기존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를 보여주죠.
(베르세르크라는 작품 자체가 워낙에 피와 내장이 난무하는 고어함과 선정적인 장면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기에 당연히 19금 입니다만... 그나마도 무삭제판이 아닌 검열판이라는 게 아쉽습니다.)
그런 만큼 다크 판타지의 옷을 벗고 조금 잔인한 일반 판타지물 정도의 느낌까지 내려왔기에 오히려 기존 극장판 보다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한 쪽 눈 잃고 팔도 짤렸는데 밤마다 제물의 낙인 때문에 몰려드는 마물들과 싸우느라 잠한숨 제대로 못자고 허구헌날 사도들 한테 줘터져서 몸성할 날 없는 불쌍한 우리 가츠..
이제는 나이도 많이 먹었고(그래봐야 20대 초반) 광전사 갑옷 땜에 정신에도 문제가 생긴 가츠를 생각하면 이제 좀 편해졌음 하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그 와중에도 우리의 망할 놈 그리피스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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